[아빠의 육아 일기 - 50일간의 기록] 마지막은 "육아, 쉼 없는 시간의 연속"으로 부제를 정했습니다. 육아는 (아마 100일의 기적이 이루어 지기 전까지는) 하루 24시간 중 거의 20시간 이상을 아이와 함께 보내야 하는것 입니다. 20시간을 함께 자는 것이 아니라, 20시간 동안 늘 깨어 있으며 아이의 신호를 마음으로 읽고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줘야 하는 육아 노동의 시간입니다. 

너무나도 작고 예쁜 아기와 함께 있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몸이 쇠약해지고 있는 줄도 모르고 정말 열심히 보는데, 그렇게 열정적으로 육아를 하다보면 조리원을 나와서 집으로 돌아 온 이후에 1-2주일 이내에 급격한 피로감에 한동안 멘붕에 시달리게 되고, 이 기간 동안 대부분의 엄마들은 '산후-우울증'에 걸리기도 합니다. 사실 아내가 조리원을 나와서 집에 오면, 저도 2주일 정도는 휴가를 내가 아내와 함께 집에서 육아를 해야지... 라고 다짐했지만, 막상 2주일 동안 휴가를 쓰겠다고 허락을 구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슬며시 늦게 출근하고, 슬며시 일찍 퇴근하여 육아를 위한 시간을 최대한으로 확보하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그나마도 일주일에 2일 정도는 미팅과 실험 일정으로 밤 9시는 되어야 퇴근할 수 있어서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

아내와 함께 '규빈이의 하루'를 구글양식에 기록하면서 육아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데이터를 통해서 알 수 있게 되었는데요, 50일 되기까지는 하루에 2시간 이상 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 아래의 데이터를 통해서 한번 살펴 보려 합니다.

위의 그림은 하루중 육아 활동을 한 시간들을 기록한 것인데요, 가령 $t_1$에서 모유 수유를 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모유를 먹고 나서 아이가 깊은 수면에 돌입하면 정말 좋겠지만, 모유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t_2$시간에 깨서 울기 시작합니다. 그럼 모유가 충분하지 않으니까 $t_2$에 분유를 줍니다. 분유를 먹이는 시간은 대략 15-30분 정도로 가변적입니다. 그런데 분유를 먹이고 났더니 조금 놀다가 또 울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기저귀를 갈아 달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t_3$에 기저귀를 갈아줍니다. 이제는 아이가 잘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울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잠투정입니다. 정말 독하게 마음 먹고 울던지 말던지 그냥 두면 아이가 스스로 지쳐서 잠들 수도 있지만, 엄마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t_4$시간에는 아이를 안고 재워줍니다. '먹는 양과 체중에 대하여'에서 언급했지만, 저의 아기는 10일에 0.5kg씩 체중이 계속 늘었기 때문에, 하루하루 점점 무거워졌습니다. 다시 말하면, 안고 있을때 엄마의 팔과 손목에 느껴지는 통증이 점점 심해지는 셈이죠. 그래도 꾹 참고 아기가 잠들때까지 계속 달래줍니다. 아기가 잠들었다고 해서 깊은 잠에 드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것은 아주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신생아 때는 위가 작고 한번에 먹는 양도 많지 않아서, 자다가도 금방 빼고프다고 웁니다. 그러면 다시 모유수유, 분유, 소변, 대변, 재우기, 놀아주기, 이도저도 아닌데 울기 를 끊임 없이 반복합니다. 이렇게 하루 중 아기를 위한 일들이 있었던 시간 간격의 차이, 가령 $dt_2 = t_2-t_1$, $dt_3 = t_3-t_2$,$\ldots$ 이렇게 연속되는 이벤트의 시간 간격을 계산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dt_i$ 들을 모아서 그 분포를 그려보면 아래와 같은 그래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왼쪽은 시간 간격의 분포를 나타낸 것인데요, 가령 왼쪽 그래프에서 제일 왼쪽에 있는 점(5,0.21)을 생각해 봅시다. $y$축의 값이 확률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맨 왼쪽의 점은 약 5분 간격으로 '모유수유, 분유, 소변, 대변, 재우기, 놀아주기'등의 일이 발생한 빈도수가 21%나 된다는 이야기 입니다. 여기에 60분 이내의 발생하는 사건들의 모든 확률을 더하면 50%도 훌쩍 넘는데요, 아기는 엄마에게 쉴 틈을 거의 안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 그래프(B)는 왼쪽의 dt vs Prob(dt)의 값에 각각 log를 취한 log-log plot입니다. 분포를 log-log plot으로 그렸을때 선형으로 fitting이 된다는 것은 $dt$가 척도 없는 분포(scale-free distribution)을 따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dt$가 매우 큰 사건은 정말 정말 '간헐적'으로 발생한다는 의미입니다. 왼쪽 그래프(A)에서도 볼 수 있듯이 180분(약 3시간) 동안의 간격 동안 아기가 아무것도 요청하지 않고 '잘 놀거나' 또는 '잘 자는' 경우는 하루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아주 발생 빈도가 적습니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는 '뱃속에 있을때가 좋은거야'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뭔소리인가? 나는 빨리 우리 아기를 만나고 싶은데...' 라고 생각했었는데, 선배 부모님들의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몸소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뇌과학을 공부하는 저에게는 아기가 자라면서 하나씩 학습을 하고, 또 기억을 하며 지능을 가진 한명의 인격으로 자라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것보다 더욱 효과적인 배움은 없는것 같습니다. 아무튼 본인 몸이 망가지고 있는줄 알면서도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고생하고 있는 아내에게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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