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남이야 뭐라 하건 무슨 상관이야?

   2004년 겨울, 대부분의 친구들은 겨울 방학이라고 해서 여행, 아르바이트 계획을 세우기에 급급한 시기였지만, 내게는 지난 2년간의 대학 생활을 뒤 돌아보고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인생의 전환기였다.

  텔레비전 시트콤의 영향을 받아서 일까? 아름답고 즐겁기만 할 것 같은 대학 생활이 내게는 그렇게 즐겁지는 않았다. 새내기로 대학에 들어와 어리둥절 하는 내게 선배들이 권하는 것은 술과 한총련활동 이었다. 술을 마시면 더 진솔한 얘기를 할 수 있으며 상대방과 친근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선배의 말에 좋아 하지도 않은 것을 두세 번씩이나 속을 개워 내면서 까지 마신 기억이 난다. 선배들과 동기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는 술을 마시던 나의 새내기 대학 생활은 고통의 연속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2학년 겨울방학이 되어 지난 대학생활을 뒤 돌아 보니 내가 특별히 이룬 것이 없다고 생각 되었고, 문득 무엇인가 새로운 도약을 다짐을 하게 되었다. 평소에 “내가 어디에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내가 학교를 졸업 하고 난 후의 모습이 썩 아름답게 보이지 만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편입학인데, 좋아나 싫으나 2년간을 같이 지내온 친구들과 선배들을 뒤로한 채 학교를 떠나야 한다는 것 때문인지 쉽게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편입에 대하여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지만 내게 가장 큰 고민은 용의 꼬리가 되느냐? 뱀의 머리가 되느냐? 에 대한 고민이었다. 혹자는 뱀의 머리가 낫다고 하고, 혹자는 용의 꼬리가 되더라도 큰물에서  배우는 것이 더 낫다고 한다. 이러한 고민을 선배님들이나 부모님과 같이 하고 싶었지만, 선배들이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볼 것 같은 생각에 두렵기도 했고, 내 자신도 많은 준비를 못 했기 때문에 혼자 끙끙 앓을 수밖에 없었다. 혼자서 이 문제로 일주일 넘게 고민을 했지만, 편입을 하는 것은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에 쉽사리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10만 원짜리 복권을 사는 기분으로 일단 시험을 보고 나서 다시 고민하기로 했다. 기말고사 후 이주일 정도 공부를 하고 시험을 봤는데, 놀랍게도 합격을 한 것이다. 시험을 치르기 전에는 편입학의 일장일단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했지만 막상 합격을 하니까 두 말할 것도 없이 학교를 옮기기로 결정을 했다. 더 낳은 곳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기쁜 마음 뒤에 2년간 나의 자취가 남겨진 학교를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이 컸는지, 그동안 보살펴 주신 교수님과, 여러 선배들에게 편입학 사실을 알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들은 아쉬움을 숨긴 채, 진심어린 축하를 해 주었지만, 나 자신은 선배들과 동기들을 배신했다는 죄책감 때문인지 ‘친구 없어서 어떻게 하니?, ‘잘 먹고 잘 살아라’, ‘학벌세탁하고 얼마나 성공하나 보자.’라는 식의 목소리가 자꾸 귀에 웅~~거리는 것만 같았다.

  그 목소리들은 환청임에 틀림없지만, 편입후의 학교생활은 많이 외로웠다. 내 노력의 대가로 주어진 학교생활이 내가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가까이에 주어진 것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것만 같았다. 매 점심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나를 왕따로 보면 어떻게 하나?’ 라는 걱정을 하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불안해하면서 혼자 밥을 먹어야 했고, 혼자 숙제하고, 심지어는 스트레스를 풀어줄 친구도 없었다. 이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첫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전적대에서의 성적에 미련이 남았었는지 연대에서의 중간고사 성적은 큰 실망을 안겨주었으며, 동시에 그동안 쌓인 외로움과 스트레스까지 가중되어 시험 이후에 완전히 지쳤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 동안의 스트레스를 풀어 보고자, 짧은 인맥을 동원해서 형, 누나, 동생들과 같이 여행을 다니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영화를 보며 데이트도 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 내재한 외로움을 쉽게 해결 할 수 없었다. 아니, 외로움을 해결 할 수 없었다기보다는 그렇게 느끼고 있는 생각을 떨쳐 낼 수 없었던 것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허황된 욕심으로 인해 비롯된 것이지만, 이것을 채우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초라하게 비춰진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남들이 뭐라 하건 무슨 상관이야?라는 글귀를 책과 다리어리의 표지에 붙이고 매번 보면서 다짐하지만 생각의 틀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의 모습이 남의 시선에 비춰지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나의 생각”과 “나의 행동”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2005
년 학부 3학년 글쓰기 수업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