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어린이집에서 공동육아를 시작한지 2주일이 지났다. 이제 3주차다.

주양육자에게는 긴-- 시간이긴 하지만, 아이에게 삶의 변화를 줄만큼 긴--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규빈이에게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혼자 놀기를 거의 못했던 규빈이가,(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혼자 놀기를 하고,

엄마나 아빠 외에 다른 사람들한테도 안길줄 알고,

아예 입에도 대지 않았던 채소와 야채를 먹기 시작했다.


4세 아이의 발달과정에서 이렇게 될 수도 있지... 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산들어린이집에서의 생활에 잘 적응하고,

그곳에서의 생활이 집에서도 이어지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보통 공동육아에 참여하는 아빠들은 '입대' 한다는 표현을 쓴다.

주말에 어린이집을 가꾸기 위해 삽질을 해야하고,

여름에는 수영장을 만들고,

겨울에는 썰매장을 만들어야 하고,

아빠들끼리 축구도 하고... 이제 입대 3주차인데... 

앞으로의 4년이 기. 대. 된. 다. 

규빈이가 태어난지 34개월이 지났다. 해가 바뀌었으므로 한국 나이로는 벌써 4살이다. 3살 초반 까지만해도, 아빠 말을 잘 따랐던것 같은데... 30개월 전후로 아빠는 완전 찬밥 신세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최대한 정시에 퇴근해서 집에 와도 7시 30분쯤인데,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는 시간은 4시 30분. 매일 3시간씩 아내는 온 열정을 다해 아이와 놀아 주고 있는 것이다.

주말에는 토/일 나눠서 아내와 하루씩 육아를 한다. 하지만, 평상시에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이 워낙 적다 보니까 아이를 잘 관찰해서 아이가 원하는 놀이를 해 주기보다도... 그 동안 내가 못해준 놀이를 내 관심사에 맞춰서 놀아주게 된다. 그러다보니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이런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점점 몸과 마음이 따로따로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나도 괴롭다.

이러한 시간이 쌓이다 보니, 나름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을 해도 "아빠 가!"라는 말을 수없이 많이 듣게 된다. 악순환이 되는 것이 이런 말을 들으면, 아빠도 상처를 받게 되고, 제일 편하게 육아를 할 수 있는 "TV 보여주기"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함께 TV를 볼때는 화면에 보이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하면 좋겠지만, 어느새 아빠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다. 

올 해의 다짐으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때는 최대한 컴퓨터를 멀리하고,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아빠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아빠, 또 놀러와!" 라는 끔찍한 말을 듣게 되는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겠다. 

모든 삶은, 작고 크다

루시드 폴의 <모든 삶은, 작고 크다> 앨범을 먼저 접하고, 왠지 수필집을 같이 읽어보고 싶었다. 본인의 노래를 본인이 직접 만든 사람의 수필집에는 노랫말과 가락의 재료가 되는 경험과 감성이 담겨 있었다.

제주도에서 농사일을 배우며 겪었던 다양한 경험과 본인이 직접 감귤농장을 운영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들은 결국 <모든 삶은, 작고 크다>의 좋은 재료가 된 것이다. 모든 살아있는 생물을 사랑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예뻐할 줄 알았던 그의 다양한 경험을 읽을때마다 그의 노래가 새롭게 들렸다. 처음엔 리듬이 좋았는데, 나중에는 가사가 들를때 마다 그가 경험했을 제주도에 내가 서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삶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 해 볼 수 있어서 또 좋았다.